Design Process는 죽지 않았다, 단지 압축되었을 뿐이다.
Design Process Isn't Dead, It’s Compressed
배경 및 소개
AI가 디자인 업무의 속도를 크게 끌어올리면서, 현업에서는 절차를 버리고 직감에 기대 빠르게 구현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Anthropic의 Jenny Wen 같은 리더들이 제시하는 이 관점은, 압축된 일정 속에서 결과를 내야 하는 팀들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담론이 숙련된 디자이너들의 실제 작업 방식을 오해한다고 본다. double diamond나 design thinking은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고 문제를 제대로 정의해 오답 제작을 줄이려는 사고의 골격이었다. 성숙한 문제공간과 확립된 패턴 위에 있을 때는 해법부터 시작하는 시도가 통하지만, 새로운 도메인이나 고위험‧규제 환경에서는 여전히 탐색과 검증이 안전장치로 작동한다. 핵심은 프로세스를 버리는 게 아니라, 맥락에 맞게 압축하고 내재화해 더 빠르게 순환시키는 역량이라는 점이다.
주요 내용
반(反)프로세스 주장의 요지는 전통적 단계 중심 프로세스가 실제 좋은 작업과 동떨어져 있으며, 반복과 직감, 단계 생략이 오히려 강점이라는 것이다. 해법에서 출발해 프로토타입을 보며 비로소 진짜 문제를 이해한다는 논지다. 저자들은 이 관찰 자체는 사실에 가깝지만, 결론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숙련자는 발견–발상–평가를 비선형으로 오가며 필요한 깊이만큼만 수행한다. 겉보기에는 생략처럼 보이지만, 실은 프로세스를 압축해 빠르게 통과하는 것이다. double diamond나 design thinking은 ‘그 자체가 프로세스’가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해법을 탐색하며 빗나갈 리스크를 줄이는 간명한 표상이다. solution-first design이 통하는 조건은 분명하다. 문제공간이 성숙하고, 임베디드 지식과 패턴이 풍부하며, 새로 발명하기보다 차별화에 집중할 때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사용자를 안다고 가정하는 단순화가 위험해진다. 실제로 숙련자가 ‘바로 만들었다’고 말할 때 그 이면에는 사용자 행태 연구, 경쟁 분석, 팀의 축적된 학습이 있다. 사람들이 직감이라 부르는 것은 이런 연습을 통해 내재화된, 압축된 프로세스다. AI는 이 압축을 더 가속하고 민주화한다. vibecoding 덕분에 아이디어에서 테스트 가능한 산출물까지의 거리가 오후 한나절로 줄었고, 경험이 적은 실무자도 빠른 탐색–제작–학습–정제를 반복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직감이 프로세스를 대체하진 않는다. 직감은 숙련과 맥락이 받쳐줄 때에야 신뢰할 만하며, 초급자에게는 조직의 지식과 제약을 체득할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많은 환경에서 의사결정은 근거와 산출물로 정당화를 요구한다. 연구 결과, usability testing, 분석 데이터 같은 아티팩트 없이는 이해관계자 정렬과 승인에 실패한다. 의료, 금융, 공공처럼 규제가 강한 분야에서는 프로세스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위해를 막는 안전장치다. 게다가 직감에는 편향이 스며들기 쉽고, 프로세스는 가정과 전제를 표면화해 비용 큰 오류를 줄인다. solution-first design은 성공 사례만 보면 그럴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용자와 맞물리지 못해 사라진 시도들이 많다. 빠른 구현이 중요하더라도 최소한의 문제 프레이밍은 필수다. 이 접근은 높은 조직‧UX 성숙도와 도메인 지식, 숙련된 팀이 있는 좁은 맥락에서만 지속적으로 통한다. 대다수 팀과 새로운‧고위험 맥락에서는 작은 선행 탐색만으로도 오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핵심 역량은 프로세스를 버리는 능력이 아니라 process literacy, 즉 문제에 맞춰 접근과 도구를 고르는 식견이다. 프레임워크는 경직된 절차가 아니라 사고를 가르치는 발판이며, 한 번 내재화되면 자연스러운 작업 습관이 된다. AI가 워크플로를 압축하고 agentic systems가 기억하고 결정을 보조할수록, 우리가 하는 일이 풀 문제와 어떻게 매핑되는지 따지는 태도는 더 중요해진다.
결론 및 시사점
디자인 프로세스는 죽지 않았다. AI가 속도를 높인 만큼, 숙련자들은 프로세스를 더 촘촘히 압축해 돌리고, 초급자도 그 속도를 일부 따라잡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속도가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제거하지는 않는다. 직감은 프로세스가 만든 산물일 뿐 대체물이 아니며, 조직적 정당화, 규제 준수, 편향 관리라는 현실적 요건을 충족시켜주지도 않는다. solution-first design은 성숙한 패턴과 높은 UX 성숙도가 있는 제한된 환경에서만 재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프로세스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문제의 성격과 위험도, 팀 역량에 맞춰 얼마나, 어디를, 어떻게 압축하고 생략할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일이다. double diamond, design thinking, jobs-to-be-done 같은 프레임워크를 경직된 단계로 보지 말고, 위험을 관리하고 학습을 가속하는 스캐폴딩으로 재이해할 필요가 있다. AI와 agentic systems가 더 많은 결정을 위임받을수록, 문제-해결 매핑을 소홀히 하는 비용은 커진다. 프로세스는 버릴 대상이 아니라, 맥락에 맞게 압축하고 증거로 보강할 도구다.
💡 AI로 루프를 압축하되, 문제 프레이밍과 증거 생성은 유지하라. HCI/UX 실무자는 process literacy를 키워 프로젝트의 위험도와 성숙도에 맞춰 discovery 깊이, 실험 속도, 검증 강도를 의식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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